우리가 노래 잘하나 봐요… 박수 소리가 크거든요 (국민일보 2008.11.27 ) >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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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 | 우리가 노래 잘하나 봐요… 박수 소리가 크거든요 (국민일보 2008.1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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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이 작성일14-04-04 17:22 조회6,977회 댓글1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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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어린이·청소년 가족 합창단 '기쁨터'

 

'하늘은 웃음짓는 저 아이를 볼 거예요.'

 

아버지들의 굵은 소리, 어머니들의 하늘하늘한 소리, 아이들의 청아한 소리가 이뤄내는 멋

진 화음을 '우유' '초코파이' 등 엉뚱한 소리가 깨뜨린다. 지휘자는 못들은 걸까? 노래는 이

어진다.

 

지난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1동 일산성당 강당에서 가진 기쁨터 가족 합창단 연습

광경. 12월7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공연하는 '조이 콘서트' 출연을 위해 목소리를 맞춰

보는 중이라는데,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장면이 잇달아 연출됐다. 중간중간 끼어드는 엉뚱

한 소리도 그렇고, 입은 벙긋도 하지 않은 채 손장난만 열심인가 하면 갑자기 뛰쳐나가는

단원도 있었지만 아무도 제지하거나 나무라지 않았다.

 

 

기타 반주를 하면서 지휘하던 포크가수 김의철씨는 "어린이·청소년 단원 대부분이 자폐아

와 정신지체아여서 언뜻 보기는 산만할지 모르지만 모두 한마음으로 노래하기 때문에 천

상의 화음이 나온다"고 되레 자랑한다.

 

기쁨터는 1998년 발달장애아 어머니 10여명의 작은 기도모임에서 싹이 텄다. 당시 엄마보

다 작았던 아이들이 아버지 키를 훌쩍 넘긴 것처럼 기쁨터도 회원이 42가족이나 되는 아

름드리 나무가 됐다. 홈페이지를 통해서, 또는 이웃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하나둘 모였기에

기쁨터 가족은 전국에 흩어져 있다. 3년 전 모임에 들어온 막내 가족 장영자(50·여·강원도

강릉시 서천면)씨는 "기쁨터 가족이 되면서 마음이 놓였다"고 했다. 자폐아인 딸 류병희

(20·고3)씨가 살아가는데 이곳이 튼실한 버팀목이 되어주리라는 믿음에서다.

 

자칭 '오합지졸'인 합창단이 출연하는 조이 콘서트는 기쁨터가 주최하는 집안 행사다.

2000년부터 발달장애인 자활기금 마련을 위해서 시작,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이어지고 있

다. 무대에 서는 가수들과 손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재작년부터 기쁨터 가족들

도 무대에 올라 합창을 하고 있다. 성악을 전공한 이도 한명 없고, 충분히 연습할 시간도

없지만 온 정성을 다해 부르는 까닭인지 가장 큰 박수를 받는 인기코너다. 기쁨터 대표 김

미경(48·고양시 성석동)씨는 "실수가 많을 텐데 마음의 귀로 들어주기 때문일 것"이라며

"연습하는 과정 자체가 우리한테는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그러고보니 어수선한 듯 보였지만 한명한명의 얼굴은 진지했고 웃음으로 빛났다. 코끝에

걸친 안경 너머로 악보를 보며 열심히 노래하는 유근희(22·다운증후군)씨. 이혜림(48·고양

시 마두동)씨는 아들 유씨가 올봄 고교 졸업 후 우울증이 생겨 약을 먹는데, 노래를 좋아해

이곳에만 오면 '행복한 왕자님'이 된다고 전했다. 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하서영(11·초4·자

폐)양도 엄마 문혜경(41·서울 증산동)씨 옆에 바짝 붙어 앉아 머리를 끄덕이고 손가락과 다

리로 장단을 맞추며 키득거렸다.

 

느닷없이 소리를 지르거나 뛰쳐나가는 아이들을 돌보며 노래하느라 손과 입이 함께 바쁜

아버지, 어머니들은 장애를 가진 자식들을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했다. 이부균(56·서울 중

계동)씨는 "요즘은 아이들이 크면 노부부만 달랑 남는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면

서 딸 효빈(22·정신지체 3급)씨를 '평생 같이 살 보물'이라고 소개했다. 요즘 포장일을 배우

고 있는 효빈씨는 주황색이 제일 좋다는 활달한 아가씨다. 낯선 사람과는 눈도 잘 맞추지

않는 도운(14·중1·자폐)이의 아빠 정석(46·서울 일원동)씨도 "세상을 잘 살아나가라고 하나

님이 보내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처음부터 부모들이 아이들의 장애를 선뜻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아버지보다 두뼘이

나 크지만 합창 연습 때도 초코파이만 찾던 대현(20·고3·자폐)이 아버지 강종수(48·서울 길

동)씨는 처음엔 아들의 장애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아이가 네살 때 이상이 있다

는 것을 알았는데 '뭐 이런 경우가 있나'며 자포자기해서 무속인까지 찾았다"고 털어놓았

다. 1년여의 방황 끝에 하나님과 아들을 되찾았다는 강씨는 "대현이가 이달초 노인복지관

에 취업해 월급도 받게 됐다"고 자랑했다.

 

연습은 땅거미가 내릴 때쯤에야 끝났다. 마지막 노래 '감사합니다'는 모두 서서 불렀다. '장

애를 가진 아이를 우리들 품으로 보내주셔서 고맙다'는 마음이 담겨선지 노랫소리가 강당

을 쩌렁쩌렁 울렸다.

 

고양=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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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edia.daum.net/culture/leisure/newsview?newsid=20081127181018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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