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놀이 가락에 자활의 꿈 싣고 (한겨레신문 2001/10/22) >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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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 | 사물놀이 가락에 자활의 꿈 싣고 (한겨레신문 200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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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joyplace 작성일04-09-27 03:05 조회3,482회 댓글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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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놀이 가락에 자활의 꿈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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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장애아 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모임인 `기쁨터'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26일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기쁨터 음악회'에서 공연할 사물놀이 연습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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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기덕 쿵덕, 덩기덕 얼쑤….”


   “얘들아, 조금 쉬었다가 할까. 너무 빨라 좇아갈 수가 없네.”


   아이들을 따라 1시간 내내 북과 장구를 정신없이 두들기던 어머니들의 이마에 어느새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혔다. 양산도에서 오방진, 다시 굿거리로 넘어가는 장단이 흥겨웠는지 지켜보던 사람들도 신명이 난 표정이다.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서점건물 지하 연습실에서 우리 가락을 맹훈련중인 이들은 26일 저녁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기쁨터 음악회'에 출연할 20명의 발달장애 아이들과 그 어머니들이다.


   발달장애아는 유아기 성장과정에서 뇌의 이상으로 생기는 다운증후군의 정신지체와 자폐 아이들을 가리키는데,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무기력하고 철없는 행동으로 오해받아 버릇없거나 모자라는 아이로 취급받기 일쑤다. 기쁨터(joyplace.org)는 이런 발달장애아 엄마들이 중심이 되어 2년 전부터 일산 지역에 뿌리를 내려온 자조모임이다. 동병상련의 처지에서 위로하고 도움을 주고 받는 이곳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아이들 내면에 깊숙히 숨어있는 잠재력을 끄집어내 자활의 힘을 키우는, 서로에게 봉사자 같은 존재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준비한 음악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연주자들이 함께 어울리는 한마당 잔치로 꾸민다. 가수 유열씨의 사회로 안치환씨, 이희아양 등이 무료로 공연에 참가하고 기쁨터 아이들과 어머니들은 1부가 끝날 무렵 풍물솜씨를 선보인다.


   행사를 기획한 자폐아 정한준(14)군의 어머니 김미경(41)씨는 “장애아이들이 공존할 수 있는, 좀 더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 음악회를 준비했다”며 “그런 배경에서 `어울림'을 행사의 본 뜻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장구채도 제대로 잡지 못하던 아이들이었다. 한 곳에 오래동안 시선을 두지도 못했을 뿐더러 사회성도 떨어져 친구들도 쉽게 사귀지 못했다. 장구 지도를 맡은 자원봉사자 강미숙(44)씨는 “처음 시작할 때는 20분 이상 수업을 이어가기 힘들었는데 요즘은 1시간 남짓 거뜬히 연습할 정도로 집중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이곳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상처받고 온 가족들이다. 4년 전 일산에 문을 연 국립특수정서장애학교를 찾아 아예 집을 옮겨왔다. 주위의 따돌림에 말문을 닫은 아이들이나 실의에 빠진 부모들은 기쁨터에서 `삶의 기쁨'을 되찾았다.


   자폐아인 장구반의 막내 이주원(12)군이 2년 전 서울에서 전학올 때만해도 주위 사람들은 말 못하는 아이인 줄 알았다고 한다. 한 때 이민갈 생각도 했다는 어머니 유일상(43)씨는 “이전 학교에서 짝도 없이 지냈던 1년 동안은 눈물의 연속이었다”며 지난 세월을 돌아봤다. 말이 없고 어둡기만 했던 주원이는 특히 사물놀이를 하면서 밝은 마음을 되찾았고 유씨 자신도 우울증세를 말끔히 치유했다. 지혜(12)양이나 재식(11)군 등도 기쁨터 생활을 통해 북소리 만큼이나 씩씩하게 자랐다.


   하지만 이들이 헤쳐가야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한준군의 어머니는 “장애아를 키우는 가족들의 희망은 아이가 커서 사회 속에서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라며 사회제도와 인식 개선에 비장애인들이 더많은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호소했다. (031)907-9996.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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