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터 이야기 2009년 10주년 기념호(14) > 소식지

본문 바로가기


예전소식지 | 기쁨터 이야기 2009년 10주년 기념호(14)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작은배 작성일09-11-17 17:23 조회8,748회 댓글0건

본문

그림 설명 :  선생님께서 팬이라 하셨던 김범진군의 그림, 나무와 새 너무 늦은 편지, 장영희 선생님께 2009년 5월 9일, 어버이날을 하루 지난 그날, 선생님께서는 지상에서의 인연을 접고 새로운 삶으로 들어가셨지요.  그곳에는 분명 먼저 떠나신 육신의 아버지도 계실 것이니 지금쯤은 이곳에 두고 가신 어머니와 가족들 보고픈 마음 달래시면서 특유의 밝음과 긍정으로 잘 지내실 것이라 생각해요.  아니, 이제는 영혼으로 언제 어디서나 가족들과 항상 함께 계시겠지요. 선생님을 처음 만났던 때는 2004년이었으니 고작 5년 밖에 선생님을 알고 지내지 못했으나 만나 뵙기 전부터도 글로 선생님을 알았고 좋아했으니 훨씬 더 오랜 인연처럼 느껴집니다.  한번도 선생님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신문에 연재하셨던 글 덕분에 잘 알고 지냈던 사람이 되어 선생님의 영결식이 TV 뉴스에서 나올 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애통해하고 함께 울었던 것 같아요.  오빠께서 큰소리로 선생님 이름을 부를 때, 총장님께서 영희야, 수고했다..라고 하셨을 때 우리 모두 함께 울면서 선생님께 그동안 수고하셨다고 이야기해드렸지요. 5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후회를 많이 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선생님은 두차례 암 진단을 받으셨고 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셨는데, 정말 해 드린 것이 없었어요.  길지 않은 기간이었고 깊이 사귀지 못했으나 선생님을 기억하면 떠오르는 추억들이 벌써 많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어떤 분이 전해달라고 부탁하셨던 루르드 성모님 기적수를 보내드렸던 기억, 선생님께서 투병하시면서 공기 좋은 곳이 필요하다고 하셔서 메일 주고 받으면서 기쁨터가 있는 주변을 알아보아드렸던 기억이 특히 납니다.  아쉽게도 기쁨터 주변에는 찾으시는 작은 규모의 농가 주택이 없어서 곧 오픈할 예정이던 기쁨터 숲속학교를 많이 이용하시길 권했는데, 그래서였는지 화전 숲속학교를 참 좋아하셔서 이곳에서 모임을 여러번 가지셨지요.  돌아가신 후 다른 사람들이 올려놓은 사진들을 보니 숲속학교에서 찍으신 사진들이 많이 보여서 또 한번 울었지요.   선생님께 기쁨터는 어머니와 ‘동일어’였던 것 같아요.  선생님 처음 뵈었을 때 갖고 나가서 싸인 받았던 책, ‘내 생애 단한번’의 첫 장을 넘기니 시원한 선생님 글씨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여인, 어머니를 항상 기억하며...라고 써주셨네요.  선생님께서는 항상 목발을 집고 다니셔서 조금만 가파른 계단도 올라가시기 힘들었고 행동의 제약이 많았음에도 저는 선생님을 굳이 장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선생님을 인간 그 자체로 보지 않고 장애인으로 보았다고 후회하기도 했지만, 저는 선생님의 장애를 너무 인식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답니다.  몸은 좀 불편하시지만 석학이시고 보통 사람들도 올라가기 어려운 사회적 위치에 있으셨고 스타라고 할 만큼 인기인이셨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다른 사람들보다 열배 스무배 백배 노력하시고 애쓰셨다는 것을 잊곤 했답니다.  그래서 정말 진심으로 애쓰셨다는 이야기를 지금에야 합니다.  진정한 영웅. 돌아보니 선생님의 삶 전체는 알렐루야가 울려 퍼져야 맞을 정도로 존엄한 삶이었어요.  그 어려움을 딛고 그렇게 해맑게 그렇게 당당하게 사실 수 있었다는 것, 속으로는 여리고 소녀 같은 분이었으니 그 간극만큼 선생님의 삶은 애처롭고 사랑스럽네요.   선생님, 어머니를 두고 가시면서 마음이 많이 아프셨죠?  어머니께는 선생님이 항상 아기같이 마음 쓰이는 존재였을테지만, 누구보다도 많은 기쁨과 자랑을 주셨으니 좋은 자식이었다고 믿어요.  부모에게 자식이란 좋은 자식, 나쁜 자식으로 나눌 수 없을 정도로 그냥 그 자체로 충분한 존재이지만, 열심히 사시면서 어머니께 충분한 기쁨을 주셨어요.   자신이 장애를 인지하기 힘든 저희 아이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선생님도 모두에게 당연한 것이 자신에게만 당연하지 않은 금 밖의 사람으로 평생을 살아오셨으니 아무리 장애 아이의 엄마인 저라고 해도 그 마음을 어찌 다 알겠어요.  선생님 생전에 꼭 한번 묻고 싶었던 질문이 있었어요.  내 생애 단 한번이라는 노래를 젊은 날 많이 듣고 불렀던 기억이 있는데, 선생님 책 제목으로 쓰신 것을 보고 궁금해졌지요.  내 생애 단 한번...선생님은 무엇을 하고 싶으셨는지요?  그 답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 저는 눈물이 납니다.  그 절실한 마음으로 삶을 열심히 사셨을 선생님께 다시 한번 존경과 사랑을 드리며 너무 늦은 편지를 마칩니다.  선생님, 다음 세상에서 또 만나면 이번에는 좀 더 다정한 시간 많이 갖고 싶어요.  안녕히...
 
 
김미경 드립니다.
 
상단으로

이용약관 개인정보취급방침 사이트 맵 오시는 길